문화생활

헬로마켓 추천인 이벤트 대란: 거금 쓰고 신뢰를 버린 자충수

다래옹 2016. 2. 17. 01:07
반응형


지난 2월 15일에 게재된 헬로마켓 친구추천 이벤트 광고


중고거래 어플 헬로마켓에서 굉장히 파격적인 이벤트를 했다.

친구추천을 하면 추천한 사람과 추천 받은 사람 각자에게 5천원씩을 준다는 것이다.

헬로 포인트로 지급되는 5천원은 헬로마켓에서 실제 물건 구매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금이나 다름없는데, 적립 금액 제한, 포인트 사용처 제한도 없고, 신규가입 후 구매실적이 있어야 한다거나, 가족은 안된다거나 하는 어떤 제약도 없이 그냥 준다고 하니 이게 과연 감당이 될까 싶었다.

최근에 유명 연예인을 기용해 TV광고도 하는 등 돈 드는 마케팅을 열심히 하길래 어디서 엄청난 투자를 받았거나 돈벼락이라도 맞은 줄 알았지.


16일 저녁무렵에 뜬 공지. 비겁한 변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 말도 문제삼지 않겠다. 왜 갑자기 중단해야 했는지 우린 모두 아니까. 그런데 위 이벤트 광고 사진에는 22일까지라고 되어있는데 여기서는 또 21까지였단다. 뭐 하나 맞는 게 없는 엉터리.


그러나 일주일로 내걸었던 이벤트는 채 하루도 못가서 종료되었고, 헬로마켓은 본질적으로 돈거래를 중개하는 어플임에도 신뢰를 팽개쳤으며, 이벤트에 참여하려 주변 사람들에게 헬로마켓을 홍보했던 이용자들은 거짓말쟁이 사기꾼이 되었고, 헬로마켓의 모델인 조인성씨는 졸지에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 이미지를 망치게 되었다.


나만 해도 저 이벤트 광고를 보는 순간, 가족들 휴대폰만 잠깐 빌려도 너댓명은 순식간에 유치하겠다고 생각했다. 단 몇 분이면 몇 만원의 공돈이 생기는 거다. 실제로 중고거래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심지어 스마트폰 이용이 서툰 사람들도 얼마든지 머릿수로 이용될 수 있는데 아무 제약 없이 무제한 지급을 내걸면서 이런걸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다는 헬로마켓의 엉성한 태도를 보니 저 회사가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짐작도 안간다.


그래, 실수했다 치자. 그러나 사과하고 수습하는 과정이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헬로마켓을 홍보한 기존 이용자가 누구보다 바보가 된 상황에서 헬로마켓은 그저 이 일을 빨리 없었던 일로 만드는 데만 급급할 뿐이다. 자신들의 신뢰가 무너지건 말건, 홍보해 준 이용자들이 거짓말쟁이가 되건 말건.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듯 나는 몇달 전부터 헬로마켓을 이용하면서, 깔끔한 인터페이스와 진화하는 거래 시스템에 만족하며 다른 중고거래 사이트에 비해 상당히 애정을 가지고 있던 이용자였다. 하지만 이번에 헬로마켓이 감당못할 이벤트를 벌이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를 통해 절대로 이 어플을 통해서 돈거래를 하면 안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헬로마켓의 안전거래 시스템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는 사기 거래자가 아니라 헬로마켓 그 자체다.


이벤트 종료 후 헬로마켓 게시판에 올라온 하000 이용자의 포인트 적립내역. 하루 사이에 대단하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10만원 이상 벌었다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사실 중고거래는 이용자가 많은 곳으로 점점 몰리는 시장이기 때문에 편리하고 좋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사람을 많이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긴 하다. 중고나라나 번개장터에 비해 헬로마켓은 이용자가 상당히 적은 편이라 물건을 팔 때도 살 때도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TV광고나 어떤 이벤트를 통해 이용자가 늘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고나라처럼 아예 사람이 무~지하게 많을 게 아니라면, 아기용품, 취미용품, 전자기기, 애완용품 등 뭔가 특화된 분야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사람들이 모이거나, 하다못해 푼돈 가지고 구질구질하게 굴거나 사기 칠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은 직장인들이 주 이용자층이어야 하는데, 이번 대란으로 완전히 그 반대 계층의 사람들을 끌어모은 것 같다.


이번 이벤트에서 뭐가 어떻게 와전됐는지 포인트 5천원을 준다는게 문화상품권 5천원을 준다는 내용으로 소문이 돌면서 어린 학생들이 상당히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모양이다. (포인트 5천원을 받아서 문화상품권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이용한 듯)

포인트 '깡'을 통해 돈만 받고 빠져 나가는 뜨내기들, 남더라도 돈이 궁한 학생들이 대거 유입되면 기존 이용자들은 떠나게 마련이다.

학생들을 비하하는 것은 아닌데, 다만 돈 거래에서 쿨하지 못할 수 밖에 없는 학생들은 중고 시장에서 좋은 거래 상대가 아닐 뿐이다.


헬로마켓의 멍청한 자충수는 적어도 나에게 헬로마켓을 이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두가지 이상 제공했다. 이 어플에 꽤나 애정을 가지고 있던 나조차 이렇게 오만정이 떨어졌는데 굳이 여기 남을 사람이 얼마나 되려나.

아마 당분간은 쌓인 포인트를 써야하니 거래가 활발히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 후엔..?


바이바이 헬로마켓.

중고나라를 견제할 다른 중고시장의 성장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이래저래 실망이 크다.


 

반응형